
이런 분이라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어요.
고전적인 건축 안에 현대적인 색과 구조가 들어왔을 때 생기는 긴장이 궁금한 분
‘느림의 미학’을 어떻게 공간으로 풀어낼 수 있는지 보고 싶은 분
프랑스 기반의 레바논 건축가 리나 고트메(Lina Ghotmeh)가 밀라노 디자인 위크 2026에서 설치 작업 ‘메타모포시스 인 모션(Metamorphosis in Motion)’을 선보입니다. 이번 작업은 팔라초 리타(Palazzo Litta) 중정을 채운 장밋빛 미로 형태의 구조물로, 4월 21일부터 26일까지 열리는 모스카파트너스 바리에이션스(MoscaPartners Variations) 2026의 주요 설치작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번 작업은 리나 고트메가 이탈리아에서 처음 선보이는 야외 단독 설치 작업이기도 합니다.
이번 설치는 팔라초 리타 중정이 지닌 공간의 성격에서 출발합니다. 이곳은 도시와 궁전 사이를 잇는 통로이자, 만남과 퍼포먼스가 벌어지던 장소였습니다. 리나 고트메는 이 중정을 단순한 빈 공간으로 두지 않고, 걷는 속도와 시선의 방향을 바꾸는 장면으로 다시 구성했습니다. 곡선으로 이어진 장밋빛 구조물은 바로크 건축의 축선과 정면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 완전히 다른 리듬을 들여놓습니다.


색은 이번 설치의 핵심입니다. 세리스 핑크에 가까운 여러 톤의 분홍색이 중정 전체를 감싸며, 강한 인상과 부드러운 분위기를 동시에 만듭니다. 구조물은 총 18개의 모듈형 MDF 요소로 구성됐고, 길을 따라 걷는 동안 방문객은 방향을 바꾸고, 멈추고,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곳곳에는 잠시 앉을 수 있는 자리와 명상 구역이 놓이고, 사이프러스와 올리바넘, 시더 향을 더한 향기 연출과 사운드스케이프도 함께 작동합니다. 빠르게 훑고 지나가는 전시보다, 잠시 머무는 경험에 더 무게를 둔 구성입니다.
이번 설치는 리나 고트메가 말해온 ‘미래의 고고학(Archeology of the Future)’이라는 태도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새로운 형태를 덧씌우는 데 그치지 않고, 장소가 이미 갖고 있던 기억과 움직임의 방식을 읽어낸 뒤 그 위에 새로운 층을 얹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이 미로는 강한 색으로 시선을 끌면서도, 구조 자체는 중정을 완전히 점령하기보다 조용한 쉼표처럼 놓입니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의 밀도 높은 동선 속에서 잠시 속도를 늦추게 만드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이번 설치의 성격은 더 분명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