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첼라 2026에 세워진 대형 설치물 '메이즈'

일렁이는 노을빛 품고 사막에 나타난 미로

Min Seok Kim2026. 04. 163분
Lance Gerber

이런 분이라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어요.

  • 코첼라 2026이 음악 외에 어떤 시각적 볼거리를 준비했는지 궁금한 분


네덜란드 디자이너 사빈 마르셀리스(Sabine Marcelis)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오에서 열린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트 페스티벌 2026'에서 커다란 설치작 '메이즈(Maze)'를 선보였습니다.

올해는 코첼라 25주년을 맞는 해로, 이번 설치는 퍼블릭 아트 컴퍼니(Public Art Company)의 창립자 라피 레러와 골든보이스 아트 디렉터 폴 클레멘테가 함께 기획한 2026 아트 프로그램을 이끄는 간판 작업입니다.

마르셀리스 외에도 키리아코스 차지파라스케바스, LADG, 아 유 매드(Are You Mad) 등 네 팀의 신작이 나란히 공개되었고, 여기에 다시 자리를 잡은 데도 바보(Dedo Vabo)의 작품과 프란시스 케레를 비롯해 상설로 남은 여섯 점의 작업이 더해져 폴로 경기장 일대를 널찍한 야외 전시장으로 완성했습니다.

Lance Gerber

마르셀리스의 '메이즈'는 코첼라 밸리를 둘러싼 산맥의 윤곽에서 힌트를 얻은 미로 형태의 구조물입니다. 작가는 "산맥의 움직임을 옮겨와, 안에 들어섰을 때 주위가 벽으로 감싸인 듯한 설정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합니다.

둥글게 휜 거대한 PVC 소재의 벽면을 여러 겹 쌓아 올린 이 작품은 사막 한가운데 놓인 커다란 조각처럼 다가옵니다. 특히 바깥쪽의 크림빛 노랑에서 중간의 주황을 거쳐 안쪽의 짙은 빨강으로 서서히 번져 가는 색의 흐름은 사막의 해 질 녘 하늘이 보여주는 따뜻한 기운을 그대로 옮겨 왔습니다. 이번 작업은 스케치 단계에서 현장 설치까지 약 1년이 걸렸고, 작가가 오랫동안 탐구해 온 빛과 재료의 관계를 커다란 공간 체험으로 펼쳐 낸 결과물입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 쓰임새를 꼼꼼히 따져 설계했습니다. 공기를 넣어 팽팽하게 부풀린 벽면은 뜨거운 사막의 햇볕을 가릴 그늘을 만들고, 주변의 거센 음향을 부드럽게 가라앉혀 방문객에게 잠시 숨을 고를 자리를 내어줍니다.

벽과 벽 사이의 트임은 안에서 메인 스테이지를 간간이 내다볼 수 있도록 열려 있어, 공연과의 연결을 이어 가면서도 각자의 속도로 공간을 거닐 수 있게 돕습니다. 쉴 틈 없이 돌아가는 페스티벌 일정 안에서 실제로 머무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셈입니다.

Lance Gerber

밤이 되면 '메이즈'는 거대한 빛의 덩어리로 모습을 바꿉니다. 벽 안에 숨긴 조명이 PVC 표면을 통과하며 은은한 빛을 뿜어내고, 낮과는 다른 몽환적인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기획을 맡은 라피 레러는 이번 작품들이 겉모습만 화려한 것이 아니라 몸으로 직접 느끼고 머물 수 있는 '너그러운 예술'을 지향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사빈 마르셀리스의 이번 작업은 축제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디자인이 어떻게 사람의 감각을 보듬고 편안하게 만들 수 있는지 잘 보여 주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댓글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