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능선 위에 자리한 비상 쉼터 디자인

낙엽송 벤치와 텐트로 빚은 최소한의 안식처

Ji Su Han2026. 04. 202분
Studio Francesco Faccin

이런 분이라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어요.

  • 극한의 환경에서 디자인이 어떻게 생존의 도구가 되는지 궁금한 분


이탈리아 디자이너 프란체스코 파친이 알프스를 배경으로 두 가지 프로젝트를 선보였습니다. 하나는 트레일 벤치 ‘판칼피나(Pancalpina)’, 다른 하나는 비상용 산악 쉼터 ‘알파인 서바이벌 시스템(Alpine Survival System)’입니다. 두 작업은 각각 산에서 잠시 쉬는 자리와 급변하는 날씨를 피하는 구조를 최소한의 형태로 제안합니다. 판칼피나는 트렌티노(Trentino)에서 개발된 하이브리드 벤치로, 평소에는 산길의 쉼터로 쓰이지만 비상시에는 작은 보호 구조로 활용됩니다.

판칼피나의 구조는 단순합니다. 고체 낙엽송(solid larch wood)과 스테인리스 스틸 부품으로 만들었고, 눈과 바람, 급격한 기온 변화까지 견디는 산악 환경을 전제로 설계됐습니다. 벤치 상태에서는 풍경 안에 조용히 놓이는 오브제에 가깝지만, 내부에는 생존 키트와 텐트가 숨겨져 있습니다. 필요할 때는 벤치 자체 구조를 이용해 텐트를 세울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Studio Francesco Faccin
Studio Francesco Faccin

알파인 서바이벌 시스템은 이 개념을 비상 쉼터 형태로 구체화한 프로젝트입니다. 장기 체류를 위한 비박 시설이 아니라, 구조를 기다리거나 하룻밤을 버텨야 할 때 쓰는 최소한의 비상 쉼터에 가깝습니다. 예약도, 상주 인력도 없는 무료 구조를 전제로 하며, 산에서 필요한 것은 더 큰 장비가 아니라 몸을 잠시 보호할 수 있는 작고 확실한 구조물이라는 점을 드러냅니다. 벤치와 쉼터를 하나의 연속된 개념으로 묶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판칼피나가 일상적인 산길의 풍경을 해치지 않는 벤치라면, 알파인 서바이벌 시스템은 그 연장선에서 산악 환경에 필요한 최소한의 보호 기능을 보여줍니다. 프란체스코 파친은 이번 작업을 통해 자연 경관을 헤치지 않으면서도 실제로 쓰일 수 있는 디자인이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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