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가전제품 취급받기는 싫거든요

2026 뉴욕 오토쇼로 본 자동차 디자인 생존 전략

Ji Su Han2026. 04. 144분
Hyundai motor group

이런 분이라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어요.

  • 전기차 시대인데 왜 내연기관의 멋이 여전히 통하는지 궁금한 분

  • 기술이 뻔해지는 시장에서 브랜드가 어떻게 살아남으려 하는지 궁금한 분


전기차 시대가 오면 자동차가 다 매끈한 조약돌처럼 변할 줄 알았어요. 공기저항을 줄여 전비를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니까요. 그런데 올해 뉴욕 오토쇼(NYIAS 2026) 현장은 정반대의 풍경을 보여줬어요. 파워트레인은 조용해졌는데 디자인은 한층 더 각지고, 높고, 공격적으로 변했거든요.

이유는 꽤 현실적이에요. 기술 스펙만으로는 더 이상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 수 없기 때문이죠. 주행거리, 충전 속도, 제로백. 주요 브랜드의 전기차 스펙은 이미 상향 평준화 구간에 들어섰어요. 기아 EV3는 주행거리 320마일에 29분 급속 충전, 쉐보레 볼트는 27,600달러짜리 보급형 모델로 돌아왔죠. 숫자만 보면 각자 강점이 분명한데, 솔직히 다 비슷해지고 있어요. 주행거리 300마일 전후, 충전 30분 내외, 테슬라 방식 충전 단자(NACS) 기본 탑재 같은 것들 말이에요.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수천만 원짜리 차를 꿈꾸게 만들기는 어렵죠. 기술은 완벽에 가까워졌다고 하더라도 우리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는 차는 금세 실증이 나기 마련이죠. 나만의 소중한 로망이 되기보다, 단순히 목적지까지 실어다 주는 차가운 도구로 남게 되는 거예요.

Hyundai motor group

그래서 브랜드들은 잃어버린 내연기관의 폭발력을 시각적으로 보상하기 시작했어요. 뉴욕 오토쇼 현장이 그 확실한 증거예요. 닷지 차저 데이토나 EV는 순수 전기차이면서도 과거 머슬카의 각진 바디라인을 그대로 가져왔어요. 시뮬레이션 배기음 시스템(Fratzonic Chambered Exhaust)까지 달아서 최대 126데시벨을 뿜어내요.

현대차 볼더 콘셉트는 더 노골적이었어요. 강철 뼈대 위에 차체를 얹는 정통 방식(바디온프레임)에 37인치 타이어, 노출된 볼트와 스틸 범퍼까지. 'Art of Steel'이라는 디자인 철학을 내걸고, 파워트레인 정보는 거의 공개하지 않았어요. 전기차인지 하이브리드인지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죠. 그런데도 쇼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린 부스 중 하나였어요. 사람들이 반응한 건 스펙이 아니라 서 있는 모습 그 자체였던 거예요.

Car and driver

내연기관 쪽도 같은 흐름이에요. 콜벳 그랜드 스포트는 6.7리터 자연흡기 V8로 535마력을 자랑하고, 닛산 Z 니스모는 6단 수동변속기를 추가하며 운전의 쾌감을 다시 전면에 내세웠어요. 숫자로 증명되는 스펙도 스펙이지만, 거대한 배기구와 엔진룸이 뿜어내는 날 것의 느낌 자체가 사람들을 부스로 끌어들였어요.

The weekly driver

엔진의 시대가 저물고 배터리와 모터가 그 자리를 대신할수록 디자인의 힘은 점점 더 강해질 거예요. 제로백이나 주행거리 같은 숫자 싸움은 결국 평준화될 테니까요. 사실 자동차는 아주 오래전부터 단순한 기계 스펙만으로 사랑받는 물건이 아니었어요. 차 키를 쥐고 다가갈 때부터 왠지 모르게 설레고, 주차장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자꾸만 뒤돌아보게 만드는 매력. 타기 전부터 ‘재밌겠다’는 기대감을 주는 그 압도적인 첫인상과 디테일이 있어야만 사람들은 기꺼이 지갑을 여는 법이죠.


에디터 한줄평
자동차의 백색가전화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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