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줘" 했더니 완성됐어요 (진짜임)

AI 제너레이티브 디자인과 산업디자인 설계의 패러다임 전환

Do Hyun Lee2026. 04. 134분
Formlabs

이런 분이라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어요.

  • AI가 설계 현장에서 실제로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한 분 

  • 프로토타이핑에 몇 달씩 쓰는 구조가 답답했던 분 

  • '형태를 그리는 것'보다 '좋은 결과를 골라내는 눈'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 분 


디자이너가 밤새 마우스 붙잡고 점 하나, 선 하나에 집착하던 '노가다'의 시대는 저물고 있어요. 요즘 잘나가는 랩실에서는 툴과 씨름하는 대신 '의도'를 입력하거든요. 프롬프트 창에 원하는 수치를 툭 던지는 식이죠. 제너레이티브 디자인(Generative Design), 이름은 거창한데 원리는 의외로 명쾌해요. "하중은 이만큼, 재료비는 요만큼, 크기는 딱 요 정도"라고 가이드만 주면 끝이에요. 그럼 AI가 구조 안정성부터 열 성능까지 싹 계산해서 수천 개의 시안을 뽑아줘요. 인간이 정답 하나를 찾아 헤맬 때, AI는 가능한 해답지 전체를 테이블 위에 쏟아버리는 거예요. 디자이너는 직접 손을 움직이며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가장 적합한 걸 골라내는 '큐레이터'가 된 셈이죠. 

Autodesk

가장 체감되는 사례는 GM이 오토데스크(Autodesk)와 함께 진행한 시트 브래킷 재설계 프로젝트예요. 원래는 8개의 부품을 일일이 용접해서 만들던 복잡한 물건이었거든요. 그런데 AI가 150개 이상의 대안을 스스로 검토하더니, 결국 스테인리스 단일 피스 하나로 합쳐진 결과물을 내놨어요. 무게는 40% 줄었고 강도는 오히려 20% 높아졌죠. 여기서 멈추지 않았어요.

GM은 이후 스태빌라이저 부품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해서 27개 부품을 1개로 통합하고, 무게를 42% 덜어냈거든요. 100년 넘게 '조금씩 깎아내는' 방식으로 경량화를 해오던 자동차 업계에서, 단일 부품 40% 감량은 전례가 없던 수치예요. 속도는 또 어떻고요. 수개월씩 걸리던 '설계-검증-수정'의 지옥 루프가 단 며칠로 압축됐어요. 제조 기업 입장에서는 시장 대응 속도 자체가 다른 차원이 된 거예요. 

Kartell

재밌는 건, 이 기술이 중공업이나 자동차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프랑스 디자이너 필립 스탁(Philippe Starck)은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카르텔(Kartell), 오토데스크와 손잡고 AI와 인간이 협업해 만든 최초의 양산 의자 'A.I. 체어'를 2019년 밀라노 살로네 델 모빌레(Salone del Mobile)에서 공개했어요. 스탁이 AI에게 던진 질문은 하나였어요. "최소한의 소재와 에너지로 몸을 쉴 수 있는 형태를 만들어줘." 3년간 알고리즘이 반복 학습하며 완성한 결과물에 대해 스탁은 자신이 직접 했다면 도달하지 못했을 수준이라고 평가했죠.

컴퓨터를 소유하지도 않던 디자이너가, AI에게 조건만 주고 결과를 큐레이션한 거예요. 카르텔은 이 의자에 자사 최초로 100% 재활용 소재를 적용하기도 했어요. 소재 효율까지 AI가 설계에 녹여낸 셈이죠. 

Autodesk

그래서 제너레이티브 디자인이 우리에게 던지는 진짜 질문은 "얼마나 자동화가 잘 되느냐"가 아니에요. "어떤 매개변수를 넣을 것인가" 그 자체가 디자인 의도거든요. GM 엔지니어는 하중과 재료 조건을 설계했고, 스탁은 미학적 방향과 제조 제약을 설계했어요. 둘 다 형태를 직접 그리지 않았지만, 결과물에는 명확한 의도가 담겨 있죠. 

단순히 도구가 바뀐 게 아니에요. 우리가 알던 디자인이라는 행위 자체가 다음 장으로 넘어가고 있는 중이죠. 결국 AI를 잘 다루는 사람은 많아지겠지만, 수많은 선택지 사이에서 '진짜 좋은 디자인'을 알아채는 눈은 여전히 귀한 가치로 남지 않을까요? 


에디터 한줄평
손목 관절을 지키고 결정 장애를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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